백두대간 1구간 천왕봉 - 성삼재
- 산행거리 : 중산리 - 천왕봉 ( 5.23 km) 천왕봉 - 성삼재 ( 28.13 km)
- 산행시간 : 15시간 15분 (매표소 알바 - 30분포함 / 로타리산장 잡혀있던시간 4시간 30분 미포함)
- 전체일정 5월 13일(토) ~ 5월 14일 (일) 무박 2일
-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출발 (12:30) - 진주 고속버스터미널 도착 (16:30)
- 진주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택시이용) - 진주출발 (17:00)
- 중산리 도착 (18:20) - 산행시작 (13일 19:30) ~ 산행 마무리 (14일15:25)
- 성삼재 출발 (택시로 이동 16:35) - 구례 시외버스터미널 도착 (16:55)
- 구례 시외버스터미널 출발 (17:40) - 서울 남부터미널 도착 (10:15)
- 집 도착 (11:20)
- 세부 산행일정 5월 13일(토) ~ 5월 14일 (일)
- 중산리 매표소 출발 (19:30) - 들머리 200m 지나 진입 (20:00)
------(30분 동안 알바)
- 칼바위 (20:18) - 로타리산장 (21:20)
-------(야간산행금지에 걸려 02:00까지 멀뚱멀뚱)
- 로타리산장 출발 (02:00) - 개선문 (02:40) - 천왕샘 (03:04)
- 천왕봉 (03:32) - 천왕봉 출발 (03:40) - 장터목산장 (04:30)
- 연하봉 (05:06) - 촛대봉 (05:54) - 세석평전 (06:03) - 영신봉 (06:21)
- 칠선봉 (06:57) - 덕평봉 (07:23 = 선비샘) - 벽소령산장 (08:15)
- 벽소령출발 (08:45) - 형제봉 (09:18) - 연하천산장 ( 10:02)
- 토끼봉 (11:10) - 뱀사골삼거리 (11:36) - 삼도봉 (12:06) - 출발 (12:13)
- 반야봉입구 이정표 (12:30) - 임걸령쉼터 (12:57) - 노고단 (14:10)
- 성삼재 (15:25)
- 산행 날씨
- 5/13 비 조금 온다고 하였으나 중산리는 하늘에 구름이 많았고
바람도 많고 비는 올 것 같지않음.
- 02:30 ~ 04:25 천왕봉 오름 구간부터 장터목까지는 앞도 분간을
못하게 운해가 많아서 앞도 구분하기가 어려웠고 천왕봉에서는
정상석도 보이지 않아 헤매다 찾았음.
운해와 바람,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고 추워서 손이 시려웠고
자켓과 장갑을 준비해서 다행
- 04:30분 이후로는 평상적인 새벽 산 날씨이고 일출이후는
햇볕이 뜨거울 정도로 쾌청함.
- 교통비 및 경비
- 서울에서 진주 우등고속 (18,500) - 진주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택시 (1,700)
- 진주에서 중산리(4,300)-성삼재에서 구례시외버스터미널 택시합승 (14,000)
- 구례에서 서울남부터미널 우등고속(20,900)-기타 서울 지하철 2회 (2,000)
---------------------------------------- (합계 - 61,400)
- 오이 7개,양갱 3개,초코렛 3개 (4,120) -떡 2팩, 빵 4개 (6,000)
-햇반 1개 (1,350) - 밥 한그릇(비닐에 포장) - 김치(150g정도)
- 식수(1.8ml + 500ml +500ml) - 토마토(5개) - 휴게소 어묵 (2,000)
- 진주에서 콩국수 (4,000) - 중산에서 산채비빔밥 (5,000)
- 성삼재휴게소에서 막걸리와 핫바 (3,000+1,500)
- 구례에서 저녁 국밥에 소주 (8,000)
- 지리산 로타리산장 대피소 사용권 (7,000) - 담요대여료 (1,000)
------------------------------ (합계 - 42,970)
(총 경비 합계 - 104,370원 소요)
대간을 걷겠다고 생각한 이후로는 저녁에 잠도 오지 않고 멀뚱멀뚱 보내는
날들이 며칠인지 ?
지도를 사서보고 선답자들의 대간 산행기를 읽고 계획을 세우고 교통편을
확인한 날이 몇날인지 ?
시작하겠다는 날부터 이틀동안 비가 억수로 온다는 예보에 한주를 미루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
진주로 향하는 마음은 흥분에 쌓여 정신이 맑아진다.
진주에 도착하여 약간의 시간이 남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지만
콩국수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운다.
평시에는 생각지도 않았지만 혹시 냉콩국수를 먹고 배탈이라도 날까 걱정도 된다.
내가 이런 걱정도 하면서 살았나 싶어 헛웃음이 나온다.
86년도에 친구와 지리를 종주하고 교통불편을 이유로 자주 오지 못했던 곳
대간을 걷겠다고 지금에야 찾아오니 옛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추억만이 다가온다.
중산리 매표소에 18:30분 도착하니 야간산행 금지라고 막아선다.
이를 어쩌나 간단한 것도 확인하지 못한 어리석음에 심기가 불편하다.
그렇다고 새벽에 시작하기란 지금까지의 기다림이 허락이 안된다.
사정도 해보지만 완강하다.
그래 알바를 하자.
누군가도 산행기에 알바를 했더라 지금이 그럴때다.
이곳저곳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탐색하니 상가 뒤편의 산죽 많은 지점이다.
아직 시간이 이르니 배나 든든하게 하자 싶어 산채비빔밥으로 저녁을 후딱 비운다.
무슨 맛인지 .....
저기를 어떻게 들어갈까만 생각한다.
어둠이 아직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 시작 해야지 싶어 19:30분경
상가 뒤편으로 향하고 상황을 보다가
발길은 어느새 산죽을 헤치고 있다.
키가 2.5m 정도 이상 되는지 엄청 크고 억세다.
낑낑거리며 10분 정도 헤집고 올라서니 누군가 다닌 흔적의 길이 나타난다.
이 무슨 행운이냐 싶어 따라 가보니 매표소에서 200m 정도 올라 간곳이다.
지금 나가다 걸리면 ....
관리소 직원들 차량도 오가기에 어두워 질 때까지 조금 기다린다.
20:00 산행시작
관리소를 뒤로하고 마구 달려 법계사 갈림길 쪽에 이르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드디어 지리의 품안에 들었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산행에 빠져든다.
법계사의 철 난간을 지나 오르는데 핸폰이 울린다.
모르는 전번에 누굴까 하는 궁금함과 혹 쓸데없는 전화 ?
받아보니 낯선 목소리 .......
홀대모의 조진대님이시란다.
매표소에서 못 들어가도 새벽에 오르면 완주할 수 있을 거라는 격려의 말씀.
홀대모의 다정님의 문자를 받고 난감하다는 답을 보냈는데
그사이 글을 올리셨나보다.
말할 수 없이 고마웠고 힘이 많이 났다.
지리의 바람이 따뜻하고 포근하게 와 닿는다.
산이 깊으니 오름도 힘겹다.
혼자만의 밤길이언만 편안함이 있어 좋다.
바람소리도 시원하게 불어오고 발자국 소리도 편안하고
나무냄새 ... 풀냄새 ... 산죽냄새 .... 향긋한 내음이 바람에 실려 몸속을
마구 돌아다닌다.
혼자만의 시간 속을 걷는 맛은 어느 때와 달리 느껴진다.
대간의 품속이기 때문일까 ?
자유로움 일까 ?
21:20 로타리 산장도착
로타리 산장에 이르니 모르는 척 가고 싶지만 관리소직원이 불러 세운다.
모른척하고 갈 수가 없다.
벌금이 어찌되고 하는데 귀에 들리지를 않는다.
사정을 하여 산장 한켠의 구석자리를 배정받아 새벽을 다짐하고 담요 한 장에
의지하여 잠을 청하지만 하고자 하는 일을 못하고 있으니 못내 서운하고 답답하다.
반대편의 어느 산님의 코고는 소리가 산장을 울린다.
이층에서는 시끄럽다고 아우성이고 더더욱 정신만 말똥말똥하다.
산장은 9시부터 취침시간이라는 안내판이 보이고 들락달락
시간만 떼우다보니 01:45분이다.
산장관리인도 늦게야 잠이 들었나보다.
지금쯤은 말릴 아무도 없는 나만의 시간 .....
02:00 로타리 산장출발
배낭을 들쳐메고 법계사를 지나 오름길을 재촉한다.
4시간 30분 동안을 잠 한숨못자고 묶여있었다고 생각하니 일정에 무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해발 1700고지인 개선문에 도착하니 02:40
개선문 조금 전부터 운해가 많아 앞이 분간하기가 쉽지가 않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길을 찾아가지만 옛적에는 리본도 많았는데 리본도 없고
무슨무슨 나무 안내판이 길잡이가 된다.
안내판을 볼려도 운해 때문에 나무 가까이 가야 보이고 조그만 떨어져도
보이지가 않는다.
알바를 하지 않기 위해 몇 번이나 앞길을 확인하고 오가기를 몇 번이나 했나 ......
돌아보면 왔던길이 보이질 않는다.
03:09 천왕샘
샘물로 목을 적시니 청량한 기운이 몸으로 퍼진다.
남강의 발원지라는 천왕샘
새벽녘의 물맛을 누구라서 알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스친다.
물 보충을 하고 언제 또 먹어보냐 싶어 몇 모금을 더 넘기고
천왕봉을 향하여 오른다.
여기서 천왕봉까지는 10여분 거리.
기온도 급격히 내려가고 나무에 뭉쳐있던 이슬방울이 바람에 비가 되어 떨어진다.
자켓과 장갑을 가져오길 다행이다.
무게 때문에 망설였는데 선택은 좋았다.
03:32 천왕봉 -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
다 올라왔지만 천왕봉은 보이지 않는다.
좌측으로 돌아서 있다고 지도에는 나와 있는데 시야가 절벽이니 찾기가 어렵다.
이곳저곳을 찾다 보니 약간의 높은 봉우리가 좌측에 있었고 그곳에 정상석이 있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온몸에 전율이 일어난다.
가장 불뚝 솟아오른 곳
모든 것을 품어주는 곳
대간의 마루에 섰다.
품에 안기어 북진이다.
마땅치 않지만 오이와 토마토 양갱을 놓고 천왕님께 삼배를 드리고 무사함을
빌어본다.
한민족의 우렁찬 함성이 들리는 듯하고 온 몸에는 기운이 뻗친다.
비록 사방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어느 듯 백두산 정상에 올라있는 환상에도
빠져본다.
혼자만의 천왕봉을 아쉬움과 함께 뒤로하고 짙은 운해에 잠긴 마루금을 밟고
한발한발 걸어본다.
어디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통천문은 생각이 나고 그곳을 지나고 있으며
운해에 덥힌 너덜지대는 아주 난감하고 요주의 지역이다.
천왕봉 정상석 2m 거리에서 촬영
04:30 장터목산장
장터목에 이르러 길 찾느라 피곤한 머리를 식히며 간식을 먹고 나니 한결 맑아진다.
산장 안은 산행을 하기위한 산님들로 북적거리고 한쪽은 음식포장 쓰레기가
많이 쌓여있다.
각자 책임지는 모습이 아쉬운 순간이다.
장터목에 다 이르러서야 천왕을 오르는 팀들을 볼 수 있었고
산장을 출발 할 때는 렌턴에 의지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많이 밝아진다.
천왕쪽을 바라보니 그 많던 운해는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새벽의 육중한
모습만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바탕 천왕님의 시험을 받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바람에 대간마루를 넘어가는 운해가 멋들어져 보인다.
새벽기운에 아스라이 보이는 준봉들의 모습도 가슴을 뛰게 한다.
새벽녘의 산새들의 울음소리는 말로 표현을 할 수없이 맑고 나는 이소리가 제일 좋다.
호로롱 호롱 호롱 들려오는 산새소리를 녹음하느라 약간의 시간을 지체한다.
05:06 연하봉
05:27 일출을 보다
연하봉을 내려오며 삼신봉 가는 길에서 만난 묘한 구름은 별스러웠고
촛대봉 가는 길의 일출은 안개 속이던 천왕봉의 일들이 헤프닝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드리워진 구름위로 점점 솟아오르는 일출은 대간을 시작하는 나에게 축복과
힘을 주는 듯하다.
05:54 촛대봉
촛대봉 오름에서는 지나온 마루와 가야할 마루가 훤히보이고 시원한 새벽바람은
땀을 씻어준다.
좌측으로는 낙남정맥이 시원하게 뻗어있고 앞은 저멀리 반야봉이 보인다.
뒤로는 천왕봉이 버티고서 막아서있고 붉은 기운을 뿜어내는 태양이 바라다 보이고
우측으로는 앞으로 가야할 덕유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새석산장과 철쭉
06:03 세석평전
철쭉이 많다는 세석평전
좌우측의 넓은 지역이 온통 철쭉의 밭이고 신기하게도 습지가 생겨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사진으로나마 담아가려고 연신 셔터를 누른다.
전에 왔을 때는 더 넓어 보였는데 좁아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세석산장에 오니 산님들이 천왕봉으로 많이 간다.
지금까지 오면서 노고단 방향의 산님들은 아무도 없고 간간히 반대에서
산님들이 오곤 했다.
06:21 영신봉
낙남정맥의 분기점
쭉 뻗어나간 낙남정맥의 마루가 시원스레 보고 좌측으로 휘어져 나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고 계곡에 갇혀있는 운해도 보이고 사방이 조망이 좋은 쾌청한 날씨이다.
가야할 노고단과 반야봉은 아주 뚜렷하게 조망할 수 있는 위치이다.
영신봉에서의 시원하게 뻗은 낙남정맥
06:57 칠선봉
07:22 덕평봉(선비샘)
옛적에 왔을때는 텐트를 쳐서 그랬는지 아주 보잘것이 없었던 기억인데
깨끗하게 잘 정돈이 되어있다.
조망은 물론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시원함과 확 트임이 있기에 마루를 밟나보다.
1426봉 오름길에 대간을 타는 산님을 만난다.
어제 천왕봉을 오르고 장터목에서 하루 쉬고 오늘은 노고단까지 예정이며
내일은 여원재까지 마치고 돌아간다고 하며 광주에서 산다는 이야기들....
같은 방향을 가는 동지애가 느껴지고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며 서로 헤어져 먼저
앞서서 나섰다.
진행방향으로는 처음만나는 산님이며 대간꾼이다.
08:15 벽소령산장
아침을 먹고 식수를 보충하려니 다시 만났지만 서로의 갈 길을 가야하기에 헤어진다.
벽소령산장은 깨끗하고 좋았으나 담배냄새가 나서 살펴보니
밖의 쉼터에 담배피우는 곳이 만들어져 있어 이래도 되나 싶고
바람이 가늠하지 못하게 불어오는 곳인데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산님도 야속하다.
대놓고 싫은 소리하지도 못하는 나지만 기본적인 소양이 필요한 부분이라 아쉽다.
벽소령 산장
08:43 벽소령산장 출발
09:18 형제봉
형제봉을 출발하여 30여분쯤 지나 빠른 걸음으로 나를 앞서가는 두 산님을 만났다.
40대초쯤 되어 보이고 걸음이 무척 빠르다.
장비도 배낭 하나이고 한님은 빈 몸이며 오늘 새벽 백무동에서 올라 천왕을
거쳐 바래봉 밑 인월까지 목표라고 서둘러간다.
상당한 거리인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물어보지는 못했으나 태극종주를 하는 것 같다.
10:02 연하천산장
산장을 지나다 보니 나를 앞질렀던 산님들이 식사를 하고 눈인사를 한다.
산장을 통과하여 토끼봉을 오르는데 왼쪽 무릎이 아프다는 신호가 온다.
산행시간이 8시간이라 조금씩 무릎에 피로가 누적되나보다.
먹을 간식을 너무 많이 가져왔나 많이 남겠고 물도 1.8리터+500ml+500ml
많은 양이다.
자주 먹어 줄이고는 있지만 쉬 줄지가 않는다.
11:10 토끼봉
내리막에서 다리가 점점 더 아파지고 우측 무릎까지 조금씩 무리가 온다.
한쪽이 아파 다른 쪽에 힘을 더 주니 불가피한 현상이다.
4시간 정도면 도착 할텐데 걱정스럽다.
11:36 뱀사골 삼거리
이곳 삼거리는 잘 정리가 되어있고 200m만 내려가면 산장이 있다한다.
반야봉이 보이고 삼도봉 오름은 기나긴 계단이라는데 걱정이다.
삼도봉 계단만 오르면 힘든 코스는 덜하겠지만 계단이 문제다.
앉아서 무릅에 맨소래담을 바르고 안마를 하고 자주 쉬면서 가지만
내리막에서는 조금씩 심해진다.
힘을 내어 삼도봉을 향한다.
11:57 삼도봉 오르는 계단 끝
가쁜 숨을 몰아쉬고 계단 끝에서니 무려 돌고 돌아 올라온 계단수가 595계단
이나 된다.
힘들다 ......
삼도봉을 오르는 죽이는 천국의 계단
12:07 삼도봉
이제는 무릎이 많이 아프다.
내리막은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래서 종석대 오름이 허용이 된다 해도 오를지가 걱정이다.
임걸령까지 2.15km
성삼재까지 14:30 계획을 세웠는데 이제는 다 틀렸다.
안전한 산행을 목표로 해야 되겠지 싶다.
오름은 그래도 괜찮은데 내림은 왼 무릎을 굽힐 수가 없다.
삼도봉 표석과 반야봉
12:57 임걸령
엊저녁부터 잠 한숨 못자고 많은 시간을 걸었다.
그래도 피곤하지는 않고 무릎만 아프다.
이제는 온신경이 무릎에 가있어 조망이고 무어고 보이질 않는다.
빨리 갈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이다.
저 멀리에 보이는 노고단이 첩첩산중이다.
돼지령을 지나면서 부터는 왼 다리를 끌다시피 지나간다.
이렇게 무릎이 아프기는 처음이지만 현명하지 못한 배낭꾸리기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먹을거리를 적당히 가져와야 되는데 반도 못 먹었다.
다음 구간은 모자라지 않는 적당한 양을 가져와야 되지 싶다.
14:10 노고단
몇 군데 봉우리를 넘었는지 노고단에서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고 쉬기를
몇 번이나 한 뒤에야
노고단에 도착하니 노고단 정상은 울타리를 쳐놓아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나무계단으로 잘 만들어 놓았으면 자연 파괴를 최소화 하는 범위에서 입장을 허용
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고
관리소측의 배려가 아쉽다.
물론 지금 몸 상태라면 오르기도 어렵겠지만 .....
노고단의 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쉰다.
이제는 왼 다리를 끌고 가야 하는 일이 걱정이다.
바라만 보는 노고단을 뒤로하고 계단과 내리막을 걷기가 힘들어 멀지만 평탄한
길로 절뚝절뚝 걷는다.
한참은 빙빙 돌아 내려가노라니 종석대의 출입금지 간판이 보인다.
오늘은 종석대를 포기하고 어쩔 수없이 그냥 가지만 다음 주에 다시 들르리라고
다짐하며 발길을 돌린다.
아픈 다리로 속이 불편하다.
하지만 멀고도 먼 지리의 마루를 마쳤다는 안도감이 먼저 든다.
성삼재에서 15:20분 차를 타고 구례로 나가자고 열심히 걸어본다.
늦으면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노고단과 산냄시 (입에서 단냄시가 남)
15:25 성삼재
열심히 내려왔지만 버스는 떠나고 없다.
17:20분까지 2시간을 더 기다려야 된다.
일요일이어서 주차장에는 사람도 많고 차량도 많다.
멀리 올려다 보이는 노고단이 시원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버스는 못 탔지만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라 생각된다.
상가에 들어서 막걸리한잔을 한다.
참으로 맛이 없는 막걸리다.
비슷한 재료가 들어 갈텐데 어찌 이리도 맛이 없는지 ....
산행 후 목이타서 먹는 막걸리 맛은 그만인데 괜시리 속으로 투덜거려본다.
아픈 무릎 때문에 다음구간의 들머리도 확인하지 못하고 성삼재 주차장에서
버스시간표를 보고 있는데
승합차 택시기사분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혼자 갈 때는 구례시외버스터미널까지 25,000원인데 17:40분차를 타려면
조금 기다렸다가 합승하여
가자고 다리도 아픈데 싸게 해준다고 고마운 말을 건넨다.
둘이서 이야기도 하며 기다리니 15:50분경 합승하려는 관광객들이 있어서 출발.
서울 가는 시간에 불편함이 없이 시외버스터미널에 나를 먼저 내려준다.
만원만 달라는 기사분에게 있던 잔돈 4000원을 더 건네준다. 고마웠다.
택시에서 내리니 17:10 약간의 시간이 생겨 곰탕과 소주 1병으로 저녁을 해결하니
얼큰하니 차에서 잠도 잘 오겠다.
17:40 서울행 우등고속에 몸을 싣다.
2시간쯤 잤는지 대전을 지나서 깨어보니 홀대모 다정님의 문자가 와있다.
무사히 산행을 마무리 하였냐는 내용이었고 신경 써 주심에 고마움을 느끼며
상경중이라 답하고 힘들었던 오늘 산행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았다.
대간 산행에 대한 정리
- 이번 대간마루 산행은 천왕봉에서의 2~3m 앞도 분간할 수 없는 곳에서의
불어오는 바람, 떨어지는 빗방울, 갑자기 추워지는 기온 등 소중한 경험을 했고
제석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약간의 시야확보가 되며
시원하고 확 트인 조망과 촛대봉 가는 길의 일출 영신봉을 지나자
아침이면서도 따가운 햇살이 비추었고
좋은 날씨 덕에 사방을 조망하며 걷는 대간마루는 너무 훌륭했고
기억에 남는 산행이였다.
- 천왕에서 성삼재 구간은 산장과 샘이 군데군데 있어서 식수 구하기는
어려움이 없었다.
- 매표소 통과 시간을 정확하게 몰라서 생긴 헤프닝으로 시간을 많이 소모했고
너무 많은 먹거리를 가져와 무게로 인해 무릎에 무리를 주어 산행을 힘들게
했던 요인이 제일 큼.
(무박 장거리 산행 시 주의를 요함.)
- 아쉬움은 산님들의 쓰레기 처리문제인데 나도 그러지는 않았나 생각하게 하고
벽소령 산장의 담배피우는 곳도 불만으로 남음.
다음 구간에 대한 정리
- 국립, 도립, 군립 등 공원 통과지역은 입장 시간 및 의문점에 대하여 직접
문의하고 준비 할 것.
- 너무 조급하고 무리한 산행계획은 몸에 부담이 되어 다음 계획에 차질을
줄 수 있음.
- 먹거리는 욕심없이 조금 남을 수 있을 정도로 꾸릴 것.
- 식수는 지리산은 구하기가 쉬웠지만 충분히 조사하여 여유로울 것.
- 산행시 산 욕심 부리기 없기.
- 구간마다 교통편에 대하여 정확하게 조사 할 것.
- 여벌의 옷은 항상 챙길 것.
- 주요 도착지 마다 시간을 자세히 체크하고 기록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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