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간 9정맥]/백두대간(終)

햇빛과 잡목에 지쳤던 삿갈골재-부항령 구간

산냄시 2006. 8. 29. 17:08
 

백두대간 삿갓골재 - 부항령 구간


 

- 산행거리 : 총 44.4 Km    삿갓골재 - 빼재 ( 20 km) 

                             접속구간 (황점-삿갓골재 3.4 km)

                           빼재 - 부항령 ( 20.5 km) 

                             접속구간 (부항령-터널입구 약 0.5 km)

- 산행시간 : 총 18시간 40분 삿갓골재 - 빼재 ( 6시간 55분)

                             접속구간 (황점-삿갓골재 1시간 20분)

                           빼재 - 부항령 ( 10시간 15분)

                             접속구간 (부항령-터널입구  10분)


 - 산행거리 누계 : 총 198.51 Km   구간거리누계 ( 178.98 km)

                                     접속거리누계 ( 19.53 km)

 - 산행시간 누계 : 총 85시간 10분  구간시간누계 ( 76시간 50분)

                                     접속시간누계 ( 8시간 20분)

 - 산행경비 누계 : 총 \ 593,820  구간산행경비 (\ 95,600) 

                                     산행경비누계 (\ 498,220)

                                 


- 전체일정 2006년 08월01일(화)~08월02일(수):1박2일(신풍령 휴게소에서)

   - 수색전철역 출발(07:15) -남부터미널 출발(08:40) -거창터미널 도착 (12:10)

   - 거창 시내버스출발(13:30)-황점도착(14:38) -황점들머리출발 산행시작 (14:40)

   - 수령=빼재 (22:55) - 신풍령 휴게소 민박 (22:55 ~ 06:35)

   - 빼재 들머리 출발 (06:35) - 부항령 터널입구(17:00) -터널입구 히치 (17:25)

   - 부항면 (17:40) -부항출발(18:05) -김천도착(18:50) -김천기차역 출발 (19:33)

   - 서울역도착 (22:33) - 전철로 집 도착 (23:40)


- 세부 산행일정 08월 01일(화) ~ 08월 02일 (수)

  - 황점들머리 출발(14:40) -삿갓골재 도착(16:00) -무룡산(16:50) - 돌탑(17:29) 

  - 동엽령(18:02) -백암봉=송계삼거리 (18:48) -횡경재(19:48) -지봉=못봉(20:25)

  - 대봉(21:25) - 빼재도착(22:55) -신풍령 휴게소 민박(22:55 ~ 06:35)

 

  - 빼재들머리 출발(06:35) -수정봉(07:00) -호절골재(07:50) -삼봉산(08:39)

  - 소사고개(10:03) -삼도봉(11:51) -대덕산(12:39) -얼음골 샘터(13:06)

  - 덕산재(14:16) -폐광터 (15:06) - 부항령 (16:50) - 부항령 터널 입구 (17:00)


- 산행 날씨

   - 8월 1일은 장마 뒤끝으로 맑고 좋았으나 구름의 이동이 많았고 마루 길에서는

     바람도 적당

   - 8월2일바람도 별로 불지않는 불볕더위로 금방지치게하는 뜨겁고 힘겨운날씨. 

                

- 교통비 및 경비

  - 서울에서 거창(17,100)-거창에서 황점까지버스(2,700) -거창식당 점심(4,000)

  - 서울 지하철2회(1,000 + 900) -고속도상행휴게소 간식(800)-오이7개(2,000)

  - 양갱 6개 (2,000) - 음료 (600) - 밤빵 10개 (1,000) - 사과 4개 (3,000)

 -밥2그릇(비닐에 포장)-김치,젖갈(150g정도)-식수(600ml+600ml+2300ml)X2.5회

  - 부항에서 김천(1,400) - 김천에서 서울(21,100) - 신풍령 휴게소민박 (20,000)

  - 김천에서 저녁 + 소주 (8,000) - 신풍령 휴게소 저녁식사 + 막걸리 (10,000)

  -----------------------------------------(합계 - 95,600)

      - 남은 먹거리 (양갱 2개 + 밤빵 10개 + 오이 2개 + 사과 1개 )


 

햇빛과 잡목에 지쳤던 삿갓골재 - 부항령 구간 (7차 6~7구간)


휴가기간을 맞아 장마로 바라만 보던 구간을 만회하기 위하여 이른 아침을 먹고

남부터미널로 향한다.

4~5일전 장마가 끝나니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 되었다.

올해는 대간도 가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나름대로 휴가도 8일씩이나 생각하고 있고 시간도 널널하다.

휴가 첫날을 1박 2일로 처가에서 보내고 온 터라 아내에게 조금은 덜 미안함에

위안을 삼고 말을 꺼내니 며칠 산속을 헤매다가 오라는 고마운 양해를 받고

저녁부터 의기양양 배낭을 꾸려 나왔다.    


주로 저녁에 차를 타고 구간 들머리에 도착하였으나 낮에 차를 타니 뭔지 야릇하다.

대진 고속도로에 들어서 한참을 달리다 좌측으로 보이는 덕유산의 웅장하고 기다란 능선들이 눈에 들어오니 벌써부터 가슴이 벌떡벌떡 뛴다.

전 주에 아들과의 산행으로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왔던 생각에 아쉬움이 든다.


12:10~12:30 거창 시내버스터미널

거창에 내리니 황점까지 가는 버스가 13:30에 출발한다하여 근처에서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식당을 찾으나 썩 들어가고 싶은 곳이 없다.

시내버스 터미널 좌측으로 조금 올라가 무슨 학교인지 근처에 이르니

현지식당(T. 944-9277)이라는 간판에 끌려들어가니 손님도 없고 분위기도 아니다.

청국장을 시켜 먹는데 음식은 맛깔스럽게 겉으로 보기와는 딴판으로 아주 맛이좋다.

삶은 호박잎과 모싯잎, 매콤하게 끓인 된장, 깻잎,

처음 먹어보는 매운고추 다진 양념장, .........

직접 재배하여 상에 올린다니 더욱 맛이 있다.

다음에 거창에 일이 있으면 꼭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거창에서 버스가 출발하여 시내를 통과하니 오늘이 거창 장날인가 보다.

사람도 많고 차에도 많은 사람들이 탄다.

주로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고 젊은이들은 중, 고등학생들이 몇이다.

자리를 양보하고 서서 가기로 한다.


14:40 황점 들머리

거창을 가로지르는 계곡의 천변을 지나 뜨거운 햇빛을 받고 차는 열심히 달린다.

어르신들이 차량 문을 열어젖히니 에어컨이 무용지물이다.

농촌에서 일해야 될 장년들은 어디에 있는지 거의가 나이 드신 분들 뿐이고

학생 몇이 있고 .....

어찌 보면 우리네 농촌의 늙어만 가는 현실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나도 꿈이 나이 먹어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살고 싶은데 늙어 들어가 무얼 한다는 말인지 ........


황점에 도착하니 예정시간보다 20분 정도가 더 걸렸다.

사람들이 많이 타고 내림이고 어르신들의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종점에 도착하니 저번 주에 아들과 쉬었던 커다란 나무가 반기고 쉴 새도 없이

바로 들머리를 향한다.


           황점 들머리 좌측으로 남덕유와 월성치쪽 

                      삿갓골의 보수공사 

16:00 삿갓골재 대피소

황점 매표소에 이르니 매표안내인은 보이질 않고 남덕유산과 삿갓봉의

능선들이 반긴다.

지금부터 열심히 걸어도 빼재까지는 저녁 12시가 다되어야 떨어질 것은

불을 보는 듯하다.

삿갓골재 오름길은 집중호우로 군데군데 계곡길이 파여서 복구하기위한 돌무더기, 흙무더기들이 쌓여있고

그곳을 너머 숨가쁘게 오른다.

아들과 내려올 때는 멀어보였는데 혼자 오름은 가뿐하고 컨디션도 좋은 편으로

발걸음이 가볍다.

더위로 땀은 많이 나지만 삿갓골재 참샘까지 단숨에 오른다.

참샘에서 물 보충을 하니 무게가 보통이 아니지만 빼재까지는 물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아들과 산행하던 생각이 자꾸만 스쳐지나가 아들을 안 데려옴이 서운하기도 하다.

가자고 말을 하면서도 무더위에 너무 많이 걸어야 함을 알기에 혼자서 나섰다.

아들의 조잘거리는 말소리가 자꾸만 뒤에서 들리는 듯하다.


 

                      삿갓골대피소 아래 샘터 

 

                      삿갓골대피소에서본 황점방향

 

16:50 무룡산

삿갓골재 대피소를 뒤로하고 조금 오르다보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아주 좋다.

멀리 지리의 대간길과 지금까지 걸었던 산과 길들이 조망되고 바람도 조금은

시원하게 불어준다.

무룡산 오름도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많이 봐서 복구하기위해 부자재가 많이

쌓여있다.


무룡산에 오르니 남덕유, 서봉들이 눈에 들어오고 조망은 너무 시원하다.

지리산까지 보이고 향적봉까지의 드넓은 덕유의 부드러운 능선이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어 보이고 머리에는 한 무리의 검은 구름을 이고 있음이

비가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준다.

지천에 깔린 야생화는 꽃 이름을 모름이 아쉽고

걸음걸음 밟힐까 걱정스럽게 많은 잠자리는 눈앞을 왔다갔다 어지럽힌다.

많아도 많아도 너무 많은 잠자리와 야생화에 취해 걸음이 늦어진다.


1월에 하얀눈을 머리에 이고 날카로운 칼바람을 불어대던 덕유의 얼굴과는

너무도 다른 얼굴이다.

겨울에 보던 남덕유와 서봉의 기세에 주눅이 들었었고 멀리 보이는 향적봉은

멀고도 먼 길이었으며

불어대던 칼바람에 얼굴과 입술이 터져서 며칠을 고생했던 이 길이 포근하게

느껴짐은 무얼까 ?

 

                      무룡산오름의 호우피해 보수공사중

               무룡산 오름에서본 남덕유와 서봉, 삿갓봉

                                      무룡산 이정표

                  무룡산에서본 향적봉과 가야할 마루길

                      무룡산에서본 지나온 덕유의 길

                      무룡산을 내려와서

                      향적봉쪽

                      지나온 덕유의 대간

                             무룡산

 

17:29 돌탑 전망대

덕유의 대간 마루 길은 전망도 좋지만 키 낮은 잡목과 산죽이 자꾸만 발길을

붙잡는다.

사방이 확 트임을 맛 볼 수 있어 어디에서나 부드러운 덕유의 속살이 보이는

듯하여 덕유에 취해본다.

하릴없이 떠있던 뭉개 구름들이 점점 뭉쳐 어두워 짐이 심상치가 않아 보인다.


 




18:02 동엽령

발걸음을 빨리하여 돌탑전망대를 지나 잡목과 산죽터널을 헤치고 동엽령에 이르니

이곳에도 복구하기위해 부자재들이 쌓여있고

향적봉까지 보이는 대간길이 평탄해 보임은 컨디션이 좋아서 일까 ?


자꾸만 몰려다니는 구름의 변화에 감탄을 하며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18:48 백암봉(송계삼거리)

덕유의 정상 향적봉을 거치지 않고 이곳에서 대간 마루 길은 귀봉과 지봉을

거쳐 빼재로 향한다.

횡경재부터 빼재까지의 대간 길은 어둠속을 걸어야 할까보다.


1월에 왔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언젠가는 다시 이곳을 와서 대간을 걸어보고자 했던 생각이 들었었는데 .............

지금 이곳에 내가 서있다.


머리위에는 운해가 사방을 덮어가고 있고 향적봉쪽, 무룡산과 지나온 대간길들,

앞으로 갈 곳도 스물스물 운해가 덮고 있으며 어두어 지고 있다.

혼자만의 대간 길 .....




                      향적봉의 구름바다

                      무룡산쪽의 구름바다

                      귀봉,지봉의 구름바다

                      가야산쪽의 조망

                      동엽령쪽의 구름바다

신풍령 휴게소에 전화를 하려니 터지지가 않는다.

잠자리가 걱정시럽다.

서울에서 미리 전화를 해 두는 것인데 ......

가는데 까지 가다 못가면 빼재에서 비박이라도 할 요량이다.


이제 곧 어둠이 내려앉을 시간 ........

일몰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

약간의 간식을 먹고 귀봉을 향한다.


19:48 횡경재

귀봉을 가는 길에 뒤를 돌아보니 백암봉에 구름이 잔뜩 걸려있고 무룡산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구름연기가 하늘로 치솟는다.

구름의 요술에 걸렸다.

장관이다.

향적봉 쪽은 어두워지고

횡경재에 도착하니 이제는 사방이 어둠에 물 들어간다.

지봉을 향하여 가다 마주오는 부자지간인듯한 산님을 만난다.

저녁에 혼자감이 걱정스럽나보다.


                      무룡산의 불구름

                      무룡산의 불구름

                      무룡산의 불구름

                      백암봉의 구름

20:25 못봉(지봉)

지봉안이라는 곳에서 렌턴을 착용한다.

한참을 가노라니 또다시 지봉안이라는 곳이 나온다.

헛갈린다.

전망대에서 약간의 오름을 오르니 못봉이라는 정성석이 나오고

이곳이 지봉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지봉에서 휴식을 취하며 신풍령 휴게소에 전화하니 이제야 통화가 된다.

민박과 저녁을 부탁하고 2시간 정도면 도착할 것 같다고 말한 후 걸음을 재촉한다.


지봉을 지나 월음령을 향하며 21:00가 지나 약간의 내림 길, 어둡고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갑자기 멧돼지의 콧김 내뿜는 꿀하는 소리와 후다닥하는

소리에 놀라 더욱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멧돼지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가야산쪽 방면의 어둠

09:25 대봉

대봉에 올라서서 잠시 한숨을 고른다.


왜 !!

밤중에 걸어야만 되는지 ?

새벽녘의 산길보다 깊어가는 밤중의 산길이 더욱 고요하고 멧돼지에 놀란터라

으스스하다.

새벽녘의 산길은 앞으로 밝아지겠거니 하는 기다림 ....

초저녁의 밤길은 밤이 더욱 깊어간다는 느낌이 서로 다름인가 보다.


대봉을 내려오며 이제는 차분함과 포근함을 느낀다.

간혹 마을에서 들려오는 멧돼지 쫏는 꽝하는 소리가 정적을 깨기는 하지만

혼자만의 밤 산행도 즐길만한 꺼리가 된다.

막상 밤에 산에 들어오기 전에는 꺼림직 하지만 들어만 오면 이제는 편안해지고

조망도 없고 볼거리도 없지만 혼자만의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갈미봉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걷다보니 한동안 내림이 계속되고

지도상에 고사목이 있다는 곳이 어디인지 구분도 없다.

대간 마루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쓸 뿐이다.

온갖 신경을 곧추세우고 방향감감에 의지해서 앞길을 갈뿐이다.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 목적지까지의 대간 마루 길은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제나 저제나 마른침 삼켜가면서 힘을 다하지만 목적지는 아직도 멀다.

삶의 성취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가도 가도 끝이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가고자 하는 이에게는 맛을 보여주는 .....


 

                                    못봉 정상석

                                    대봉이정표

 

22:53 수령(빼재=신풍령)

한동안 마지막 힘을 뽑고야 반갑디 반가운 수령이라는 안내석이 나타나고

다 왔음의 숨을 몰아쉰다.

우측 거창방면으로 조금 내려가니 휴게소가 있고 주인께서 반가이 맞아주신다.

낮이었으면 보일 곳이지만 어두워 보이질 않아 전화로 물어보고야 찾았다.


두분께서 지금까지 기다려주신데 감사함을 무어라 말씀드려야 할지 ......

정말 고마웠다.


늦은 저녁을 먹고 시원한 막걸리도 ......

숙소에 들어가 씻고 땀에 젖은 빨래도 하고 정리를 하고 ........

오늘은 늦게 출발하여 더웠지만 컨디션이 좋아 생각대로 도착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흐믓하다.

따뜻하고 시원한 하룻밤을 보낸다.


 

                                 빼재의 수령 안내석

 

 

 

2일째

 

06:25 빼재 들머리출발

저녁에 자면서는 오늘은 산행거리도 20.5km로 길지 않고 05:30부터 시작하자고

생각하였으나

막상 아침에는 출발시간이 더 길어졌다.

아침도 가다먹을 요량으로 수정봉을 향하나 어찌된 일인지 발걸음이 무겁다.

처음부터 바로 오름을 만나서인가 ?

아님 아침을 안 먹어서 인가 ?

어제 너무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무리가 왔나 ?

어찌되든 발걸음이 무거움은 사실이다.



                                 빼재의 들머리

                                 수정봉 안내판

수정봉 오름을 지나 된새미기재까지는 잡목에 팔과 얼굴이 자꾸만 쓸리고 걸리고 땀도 많이 난다.

조망도 없어서 언뜻언뜻 나무사이로 바라다 보이는 곳은 운해가 많이 있다.

조금 늦게 출발했더니 누군가 앞을 지나갔는지 거미줄은 걸리지 않음은 좋다.


된새미기재를 지나 전망을 할 수 있는 바위에 오르니

구름바다가 엄청나게 밀려와있다.

감탄을 연발하며 멀리까지의 구름바다를 감상하고 가슴을 활짝 펴본다.


                                 고재면쪽 구름바다

                                 갈미봉쪽 구름바다

                      호절골재에서본 두루봉쪽 구름바다

                   삼봉산 오름에서본 봉산리쪽 구름바다

                      향적봉쪽 구름바다

                       향적봉쪽 구름바다

07:50 호절골재

아직도 이슬이 많아 등산화와 바지는 이슬에 비 맞듯이 젖어있고

윗옷은 땀에 젖어있고 ........

힘이 들어 쉬다 간다.


전망 좋은 바위에 걸터앉아 어제 아침 준비한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는다.

맛이 좋다.

구름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아침 .........

이만큼 좋은 아침식탁이 어디에 있을까 ?

선계에 앉아 아침을 먹음이로다.

휴가 첫날 처갓집에 내려가니 장모님이 싸주신 벤뎅이 젓갈이 맛깔나다.


                           삼봉산 정상석

                            삼도봉쪽 구름바다

                            삼봉산과 구름바다

               삼봉산 암봉에서 본 봉계리쪽 구름바다

08:39 덕유 삼봉산

아침을 먹고 구름바다에 푹 빠졌다 삼봉산에 오르니 조망이 더욱 좋다.

가야할 삼도봉과 대덕산이 건너편에 보이고 지나왔던 덕유산의 마루 길은 운해에 빠져있고

향적봉과 스키장은 뚜렷하게 보이며 운해에 갇힌 고제면의 두루봉이라는

섬이 보이고 ............


                    삼봉산 암봉에서 본 삼도봉과 대덕산

                            삼봉산쪽과 지나온 길


 

전망좋은 암봉을 거쳐 조금 지나오니 암봉의 위험구간은 돌아서 계곡인듯한 곳으로 떨어지는 내림 길

한참을 지루하게 급경사를 내려간다.

느낌이 좋질 않은 너무도 가파른 급경사다.

한참을 내려가니 이제야 조금은 편한 내림이고 바위에 걸터앉아 쉬어본다.

앞에서 한무리의 중학생으로 보이는 일행들과 지도교사들이 마주 지나

암봉으로 향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급경사를 오르려면 상당히 까다로워 보인다.


10:03 소사고개

한 고비인 소사고개를 앞에 두고 넓은 배추밭이 나타난다.

배추밭의 배추들이 한 물 끝나고 김장배추 심는 준비를 하나보다.

거창군과 무주군을 연결해주는 소사고개는 늦은 아침인데도 지나는 차량도 없다.

소사고개에서 바라보는 삼도봉과 대덕산은 무척 높아 보이고

지나온 삼봉산과 암봉 줄기도 무지 높아 보인다.

저 높은 곳을 내려왔나 싶다.

내가 힘이 드나보다.

가야할 고개를 앞에 두고 걱정부터 스럽다.

 

소사고개를 뒤로하고 삼봉산을 오르기 위해 배추밭 사이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올라도 아직도 배추밭을 벗어나기가 쉽지가 않다.

배추밭은 한창 농번기 중으로 어린배추를 옮겨심기도 하고 많이 자라기도 하고

이제야 밭을 갈기도 하고 아직 밭 갈기를 준비 중이기도 하다.

배추밭 사이 길을 이리저리 돌아가다 콩밭도 지나고 농장도 지나서야

산길로 접어든다.


             삼봉산과 암봉 지나온 길, 삼도봉 오름의 배추밭

11:51 삼도봉

삼도봉 오름을 오르며 쉬기를 몇 번인가 ~

600여 미터를 급한 오름에 숨이 막히기를 몇 번인가 ~

덥기는 하지, 오늘은 바람도 없지, 다리는 말을 안 듣지, 오름이 길기도 하다.






                            삼도봉 오름의 배추밭

여길 너머 덕산재에서 돌아가고도 싶고 ~

왜 !! 대간을 탄다고 이 짓을 하고 있는지도 생각이 나고 ......

무엇 때문에 이 길을 가고 있는지 ?

내가 좋아서 내가 하는 일이지만 지금 이순간은 많은 갈등에 ........

포기 하고자 하는 마음도 생기고 .......

지금 그만 둔다고 해도 누가 무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가야만 함은 무슨 이유일까 ?


나다.

그래 나다.

내속의 나가 나를 포기하지 못하게 한다.

자꾸만 가고 또 가게 한다.

아파서 몸을 움직이지 못 할 것 같음에도

두 다리를 절뚝절뚝거리며 끌고 감에도

내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끝없이 가게 한다.

.

.

.

 

힘겹게 삼도봉에 오르니 정상석을 보는 순간

온갖 갈등은 사그라지고 시원함이 가슴속에 꽉 찬다.

신통방통한 것 .....

시원함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음에 한동안 머문다.


                    삼도봉 정상석(안타까운 정상석)

 

                      삼도봉에서 바라본 삼봉산과 암봉

                  뒤돌아 본 삼도봉

 

12:39 대덕산

삼도봉에서 바라보는 대덕산도 오르내림이 급하게 보이고

지나왔던 삼봉산과 암봉은 내가 저기서 여기를 힘겹게 건너왔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오늘은 불볕무더위로 힘에겹다.

그래도 가야만 한다.

                 대덕산에서 뒤돌아 본 삼도봉의 상처

                 뒤돌아 본 덕유산과 삼봉산 암봉

                               대덕산 정상석

대덕산을 향하는 발길이 무겁다.

삼도봉의 내림도 잡목으로 버겁고 대덕산의 오름길도 땀으로 범벅이다.

대덕산을 오르며 삼도봉을 바라보니 거기에도 장마에 대한 상처가 한줄기

길게 나있다.


대덕산에 오르니 누군가 올라와서 야생화를 캐고 있다.

그렇지 않았으면 보자마자 인사를 했을 터인데 심기가 불편하여 쳐다보다니

먼저 인사를 건넨다.

힘들어서 말도 하기싫고 불쾌하기도 하여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한참을 바라본다.

뜨거운 햇살에 야생화를 캐는 모습이 한마디 해주고 싶은데 사정을 알 수 없어

꾹 참고 있다.

오늘 내가 힘들고 지쳐서 더위를 먹은 건가 ?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피해가 없으면 하는 무사하고자 하는 이기심 인가 ?

간혹 입바른 소리를 해보아도 이익 될게 없다는 이기심의 작용인지 ?

천천히 마음을 다스려보지만 불쾌하게도 그냥 조용히 내려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급한 대덕산의 내림을 내려오노라니 배낭이 두 개가 있다.

야생화와 약초캐던 이들 것으로 생각 되지만 한사람은 안보였다는 생각에 ............


13:06 얼음골 약수터

약수터에 도착하니 시원한 물이 반갑다.

신풍령 민박에서 넣어온 물이 미지근하였는데 물갈이를 하고 물로 배를 채운다.

아주 시원하고 좋다.

수량도 풍부하고 많은 표지기 들이 반긴다.

낯익은 표지기들과 처음보는 홀대모의 숭인당님의 표지기도 있다.


얼음골샘터를 지나 덕산재까지의 내림도 급하고 길 정리하느라 한창 공사중이다.

많은 이들이 한군데 길로 가질 않고 이리저리 다니다보니 여러 길들이 생기고

밟혔다.

새로 난 길들은 푹신하고 좋다.

새로운 길은 자연의 파괴가 아니라 보호였으면 한다.


     얼음골에서 숭인당님의 표지기(반가웠습니다. 천천히 가세요)

                            얼음골 약수터

 

14:15 덕산재

푹신하게 새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니 덕산재의 산삼가게가 보이고 사람들이

몇이 왔다갔다 한다.

무릎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쉬고 싶지만 지금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부항령까지 계속 진행하기로 하고 산삼가게 좌측인 덕산재 들머리로 들어선다.


                            덕산재 산삼판매소

 

15:05 폐광터

833봉을 오름은 아픈 무릎을 끌고 가다보니 높지는 않으나 멀고 길어 느껴진다.

무릎이 아플 때는 왼 무릎이 먼저 많이 아팠는데

오늘은 우측무릎이 더 많이 아프다.

언제나 오름은 덜 아프고 내림은 지겹도록 아프다.


내리쬐는 햇볕, 쉼없이 흐르는 땀, 아픈 무릎, ........

오늘 하루를 부항령에서 자고 내일 우두령까지 넘자는 생각도 많이도 하고

욕심도 부려보고 싶었지만

힘들고 무릎도 아프고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동안 가족들과의 시간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에 무리한 욕심은 접고

언제 이런 시간이 또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천천히 대간을 따르기로 한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대간은 항상 여기에 있기에 ......


                            폐광터에서 본 금평리방면

             폐광터에서 뒤돌아 본 대덕산과 삼도봉

 

폐광터를 지나 내림을 지나 오름을 지나고 전망도 없는 바위에 걸터앉아

점심을 먹는다.

힘이 들어 밥맛도 없지만 그래도 먹어야만 하기에 또 하나의 도시락을 비운다.

한참을 쉬면서 ......


16:50 부항령

한참을 시간과 씨름하며 부항령 터널위에 도착하니 우측으로 발길 흔적이 있다.

여기로 내려가야 되나 .........

아니라는 판단에 내려갈 길이 뚜렷하게 있을거라는 믿음에 앞으로 진행을 하니

터널을 조금 지나는 듯하며 우측으로 터널로의 내림이 나오고

직진하면 삼도봉을 가는 표지기가 많이도 나풀거린다.

우측 터널로의 내림길로 들어가니 잡목들도 많지만 외딴곳의 하얀바탕에

황악바람님의 표지기가 반갑다.

터널입구 내려가기 전 사람 목소리도 들리고 바지를 갈아입고 내려가니

거창 쪽 입구에 내려서고 터널 옆길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보인다.

빨간 다라이 소위 어릴때의 목욕통에 물을 받아서 흐르고 있다.

웃옷을 벗어던지고 간단히 땀을 닦는다.


부항령 터널 안에는 차량이 안다니니 피서 겸 사람들이 와서 쉬고 있다.

차량들도 7~8대 서있고 산일을 하는 인부들인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시원함을

즐기고 있다.


터널입구에서 부항마을로 내려가는 차량에 부탁하여 같이 타고 내려온다.

산행 후의 히치는 참으로 즐겁다.


17:40 부항면 부항초등교 앞

히치 후 한참을 내려오니 부항면 903번국도 부항 초등교 앞이다.

여기에서 부항면 거쳐 김천가는 버스가 18:10에 있다고 한다.

부항 초등교 안에는 오래된 당산나무들이 몇 그루 있고 시원해 보인다.

18:05 버스가 생각보다 빨리와서 다른 곳에 신경쓰다보면 놓치기 십상이다.

김천을 향하는 버스 안

이제야 땀이 식고 시원하다.


19:33 김천출발

낯선 풍경을 즐기며 가는 일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생활터전에서 벗어난 새로움은 항상 흥미가 생겨난다.

차량은 여기저기를 들러 김천터미널에 도착하니 18:50

시간상 고속버스는 없고 기차역으로 가서 표를 구입(19:33)하고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소머리국밥에 소주

식당을 골라도 너무 잘못 골랐다.

소주만 맛나다.


22:33 서울역 도착

힘들었던 이틀간의 일정을 뒤로하고 절둑거리며 집에 도착

아내는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이번구간 대간 산행에 대한 정리


- 더위에 몸이 금방 지쳐버려 다음은 참조하여 준비.

- 숙박을 할 경우 사전에 연락을 취하여 협조를 구할 것.

- 대덕산에서의 야생화 체취를 보고 그냥 내려옴은 진부령 가는 날까지 후회가

   될 것 같고

- 같이 다니지 않는 한 가족들과의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 중요함도 배려할 것.



 

2006년 08월 10일    휴가 끝나 바쁜 일 정리하고 옮김





- 참고사항


- 거창출발 황점행 버스시간표(거창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 약 10분거리에 위치)

   (06:20,08:00,09:30,11:00,13:30,17:30)-황점 출발 거창 행은 1시간 후에 있음.

   요금-성인 2,700원/아이 2,000원(약45분소요 / 거창 장날은 20분정도 더 소요)


- 김천출발 부항면행 버스시간표 (김천 버스터미널에서 출발)

  김천버스터미널 T.054-432-7601~4

   (06:20, 06:40, 07:20, 07:40, 09:20, 11:20, 12:00, 12:40, 14:00, 15:10,

   15:20, 16:10, 19:30)


- 부항면출발 김천행 버스시간표 (김천 버스터미널 도착)

   (08:15, 08:50, 11:05, 13:35, 14:15, 15:40, 16:40, 17:05, 18:05, 18:40, 20:40)

   부항면에서 각 리로 빠지는 차량이 많으므로 터미널에 전화 후 이용하면

   착오가 없음.


- 김천출발 마산리 행 (우두령 코스) 버스시간표

   ( 06:50, 09:00, 14:10, 17:40 )


- 우두령 (마산리 발 김천행은 터미널에 확인 후 이용)


- 신풍령휴게소 민박 전번 : 055-942-9908, 010-6319-9907

    민박요금 : 2만원부터 / 식사가능 / 홀대모라하고 미리전화하면 늦은 시간에도

    기다려주심.

    젊으신 분들이고 활기차 보였음.


- 부항령 교통, 식수정보

   부항령에서 삼도봉 터널 김천방면으로 내려오면 도로변

   하산 길 터널입구에 빨간 목욕통 (커다란물통)에 터널 옆길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많이 받고 있으며

   간단하게 씻을 수도 있음.  먹었는데 아직까지 별 반응 없음.  


- 더구나 피서철에는 차량이 거의 없으므로 아랫동네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터널 안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으므로 히치하기가 수월함.